공각기동대 (Ghost in the Shell)_1995

초반 인트로부터 넋을 놓고 본 공각기동대.
1995년도에 이런 소재를 생각한 것도 대단한데 영상미도 볼만했다.
주인공인 '소령' 으로 불리는 쿠사나기 모코토는 사이버 보디를 가진 로봇이다.
영화 속 배경에는 이런 로봇들이 많이 등장한다.
그런 모코토도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하기도 하는데
모코토는 로봇의 몸으로 등에는 물에 뜰 수 있는 장치를 메고
바닷속으로 몸을 던져 어둠 속으로 가라앉는다.
그렇게 가라앉다가 등에 메고 있던 장치를 이용해 바다 위로 뜬다.
그리고 동료 바트와 바다 위에서 대화하던 장면이 인상 깊었다.
바트: 바다로 잠수한다는 건 어떤 느낌이야?
모코토: 두려움, 불안, 고독, 어둠, 그리고 어쩌면 희망..
바트: 희망? 캄캄한 바닷속에서?
모코토: 해면으로 떠 올라갈 때 지금까지와는 다른 자신이 될 수 있지 않을까..
그런 기분이 들 때가 있어.
바트: ...
모코토: 인간은 실현 가능한 기술이라면 결국 실현하고야 말아. 우리를 예로 들면, 신진대사의 자유로운 제어, 컴퓨터로 확장한 전자두뇌의 사이버 보디.. 얼마 전까지만 해도 SF소설에나 나오던 얘기지.
모코토: 인간이 인간이기 위한 부품이 결코 적지 않은 것처럼 자신이 자신이기 위해서는 놀랄 정도로 많은 것이 필요해.
모코토: 타인과 자신을 구별하기 위한 얼굴과 목소리, 눈 뜰 때 응시하는 손, 어렸을 때의 기억, 미래의 예감...
그렇게 한참을 이야기하는 모코토의 얼굴이 외로워 보인다.
나는 누구이며 무엇을 위해 존재하는가.라는
혹은 내가 생명체로써 존재한다는 근거는 무엇인가.라는 고민을 하는 것 같다. (나 역시도 그런 것 같다)
어느 날, 각 나라의 네트워크를 중심으로 테러를 일으키던 통징 '인형사'가 일본에 나타나고
모코토는 그를 제거하기 위한 임무에 투입된다.
탈주한 사이버 보디가 차에 치여 실려오게 되는데 그 안에 어떤 게 있는지 조사하던 중,
그 안에도 '고스트'가 있을 것으로 예상되어 검사를 시행한다.
그 모습을 보던 모코토가 발길을 돌리고 바트와 함께 이동하는데
모코토는 생각에 잠기고, 바트에게 말한다.
모코토: 어쩌면 자신은 훨씬 이전에 죽었고 지금의 전자두뇌와 사이버 보디로 구성된 모의 인격이 아닐까.
아니, 무릇 처음부터 나란 건 존재하지 않았던 게 아닐까... 하고
바트: 네 티탄 두개골 안에는 뇌도 있고 제대로 인간 취급도 받고 있잖아.
모코토: 자신의 뇌를 본 인간 따윈 없어. 결국은 주위의 상황으로 나 같은게 있다고 판단하고 있을 뿐이야.
바트: 자신의 고스트를 믿을 수 없는 거야?
모코토: 만약 전자두뇌 그 자체가 고스트를 만들어 내고 혼을 깃들인다고 한다면 그때는 뭘 근거로 자신을 믿어야 한다고 생각해?
충격이었다.
나도 나의 뇌를 본 적이 없다.
내가 정말 존재하고 있는 사람인지 고민 따위 해본 적 없다.
나는 내가 알아차리기도 전에 이미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었고 자연스럽게 여러 사람들과 상황 속에 있었다.
모코토는 사이버인간이고 나는 그냥 인간인 게 다른 점이지만
왜 나는 이런 고민을 해본 적이 없을까.
탈주했던 사이버 보디 안에 인형사가 있었다.
인형사는 자신을 코드: 프로젝트 2501이라고 밝혔고 자신을 소개하면서
'정보의 바다에서 태어난 생명체다'라고 했다.
로봇도 아니고 전자두뇌, 사이버 보디 이 딴 거 말고 그저 한 생명체.
인형사가 모코토에게 제안한 '융합'
인형사: 우리는 제약을 버리고 의식의 차원을 높여야 한다.
점점 더 빨라지는 시대, 더 많은 것을 가능하게 만드는 기술, 방대해지는 네트워크, 그로 인해 발생하는 더 많은 범죄들.
그에 맞서야 하는 인간들이 만든 사이버 인간.
그들은 계속 고민할 것이다. 나는 존재하는가.
모코토: 자, 어디로 갈까. 네트는 광대해.